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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에도 쉼표가 필요하죠"..'맛'과 '여유' 가득한 '건강밥상'

2018년 05월 16일(수)
정준규 기자 geminicj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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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 운천동 '느루밥집'..삼겹살 정식, 버터새우갈릭덮밥 등 1인메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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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루밥집'의 대표메뉴 '삼겹살 정식' / 사진 정준규

[충북넷=정준규 기자] 어쩌다 보니 그저 빠른 게 미덕인 세상이 돼버렸다.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이가 능력자로 인정받고 우리 주변 서비스는 '총알'이란 수식어를 달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인간의 의식주도 예외는 아니다. 생체리듬을 따라 지긋이 순환해야 할 ‘먹고 자고 사는 일’들이 속도전을 치르듯 숨가쁘게 돌아간다. 그만큼 부작용이 넘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청주시 운천동에 위치한 ‘느루밥집’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식당이다. 이곳에선 시간의 숙성을 인내해야 제대로 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느루’란 식당 이름에도 주인장의 철학이 고스란이 녹아있다. 사전을 찾아 보니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고 길게 늘이다’, ‘한결같이’란 두 가지 뜻이 등장한다. 느루밥집을 한 번쯤 찾아 본 이들이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주인장 손길이 음식 곳곳을 두루 챙겨야 하다 보니 음식이 나오는 속도도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여유있게 음식상을 받은 손님들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며 제대로 풍미를 즐긴다.

느루밥집은 메뉴가 세네가지로 단출하다. 요리사가 주인장 혼자니 여러 메뉴를 소화할 수도 없다. 메뉴가 적은 만큼 주인장이 한 가지 음식에 들이는 정성의 크기는 그만큼 크다.

느루밥집의 대표메뉴는 역시 삼겹살 정식이다. 낮 시간에 간편히 삼겹살의 풍미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 삼겹살 정식을 추천한다. 삼삼오오 함께라야 즐길 수 있던 삼겹살 구이가 느루밥집에선 훌륭한 1인상으로 차려진다 .

1인상이라 해도 구성을 얕잡아봐선 안 된다. 주방에서 초벌을 마친 삼겹살은 식사 내내 미니화로에서 온기를 유지한다. 함께 제공되는 갓 무친 신선한 부추와 맛깔난 김치는 입안에 싱싱함을 더한다. 삼겹살 아래 노릇하게 익어가는 느타리 버섯과 팽이버섯도 기본으로 제공돼 따로 주문이 필요없다. 여기에 담백한 된장국과 싱싱한 과일 디저트까지 말그대로 부족함 없는 정식 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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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루밥집' 김희수 대표 /사진 정준규
삼겹살정식은 말그대로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메뉴다. 맛과 편의성을 고려한 김희수 대표의 아이디어가 기발한 메뉴를 만들어냈다. 

“삼겹살은 사실 점심시간에 먹기 쉽지 않잖아요. 더구나 혼자 고깃집에 들어가 삼겹살을 먹기란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죠. 여럿이 함께 먹는 맛과 즐거움을 한 상에 담으려고 신경썼죠. 그래서인지 낮시간에도 양복입은 직장인 분들이 삽겹살 정식을 많이 찾으세요. 아기 돌보느라 고기 구워먹기 어려운 엄마 손님들도 혼자 와서 많이 드시고요.”

버터갈릭새우덮밥도 2,30대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풍미의 비결은 바로 소스다. 올리브 오일에 향이 진하게 배어나도록 마늘을 볶고 그 위에 버터와 새우를 넣고 한 번 더 볶아 낸다. 새우가 노릇하게 익으면 꿀을 한바퀴 돌려 뿌려 맛의 정점을 찍는다.

조리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느끼함을 잡고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김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창업 전 지인들에게만 선보였던 특별한 음식이 이제는 느루밥집의 특급 메뉴로 자리하게 됐다. 버터갈릭새우덮밥 역시 소위 '혼밥족'들이 선호하는 인기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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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대 여성 손님들이 즐겨 찾는 '버터새우갈릭덮밥' / 사진 정준규
“직장생활을 하며 사업구상을 참 많이 했어요. 대학에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할 만큼 요리에 관심도 많았고요. 언젠가 제 손으로 식당을 꼭 차려보고 싶었죠. 창업을 준비하던 중에 서울서 유명세를 타던 1인식당이 눈에 들어왔어요. 지금이야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만해도 청주에서 1인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았죠. 혼자 식사하러 오는 분들에게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창업에 뜻을 두었지만 준비한 메뉴들을 손님들이 좋아해줄지는 미지수였다. 개업을 하기 전 김 대표는 지인들을 식당으로 불러 수차례 시식회를 가졌다. 익숙한 레시피였지만 정식메뉴로 탄생시키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그렇게 지난해 5월 가게문을 열고 수없이 연마한 메뉴들을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느루밥집은 집밥을 먹고 싶어 찾는 손님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매주 메뉴가 바뀌는 '옥순이 밥상'도 단골이 적지 않다. 할머니가 내어 주시던 신선한 제철 반찬과 매콤한 제육볶음이 외갓집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청주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아보카도명란마요'도 인기다. 으깬 명란젓을 마요네즈에 넣고 고추냉이와 섞은 뒤 그 위에 잘 익은 아보카도를 먹기 좋게 썰어 얹는다. 여기에 반숙계란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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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는 김희수 대표 / 사진 정준규
개성만점 메뉴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김 대표는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맛난 식사를 천천히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인데 요즘 손님들이 많다보니 식사를 빨리 마치고 나가는 분들이 많아지셨어요. 그럴 땐 정말 죄송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그러실 필요 없어요. 느루밥집은 천천히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셔야 빛나는 곳이니까요. 앞으로도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담아 엄마가 차려준 맛난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초심은 절대 변하지 않을 테니 맛과 영양, 그리고 여유를 덤으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빠름은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만사가 그렇다. 식사도 마찬가지다. 식사(食事)는 글자그대로 밥을 먹는 중요한 일이다. 초고속이 미덕인 시대에 산다지만 먹는 일만큼은 때론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툇마루에 앉아 먹던 할머니 밥상이 그립다면 ‘느루밥집’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식사의 여유'를 다시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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